| 사랑하는 은정이에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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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하늘이 온통 흐리구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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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늘의 회색빛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까지도 발밑까지 내려누르는듯 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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은정이는 지금쯤 재잘대며
학교에서 돌아 오고 있겠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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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제 밤에는 이모가 매우 보고싶어하던
친구가 찾아왔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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꿈속에서 그 친구를 만났는데
실제로 만나러 왔더구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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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모는 그 친구와 놀이터의
느티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서 여러시간동안 얘기를 나눴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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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모는 요 며칠동안 책을 읽고
있는데 제목은 『월든(walden)』이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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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헨리 데이빗 소로우"라는 미국사람이
지금으로부터 144년전에 쓴 책이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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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월든"은 매사추세츠라는
곳에 있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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숲으로 둘러싸인 호수의 이름이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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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로우는 월든 이라는 호숫가에
자신이 직접 통나무 집을 짓고 숲속에서 2년간을 혼자 살았는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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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자와 옥수수, 호밀,
콩, 그리고 약간의 채소들을 심어서 식사를 준비했고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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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밖에서 마른나무가지들로
불을 지펴 직접 빵을 구웠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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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는 대부분 이슬이 내린 새벽에
일하고 낮동안엔 나무밑에서 책을 읽거나 숲속을 돌아다니거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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호수에 보트를 띄워
낚시를 했다는구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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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계속해서 변하는 호수의
물 빛깔을 바라보곤 했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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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는 숲과 호수와 숲속의 동물들을
사랑해서 될수 있는 한 소박한 생활을 했지만 어느때보다 행복했고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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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는 공부를 많이한 사람이지만
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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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가 말하길 사람들은 돈버는
일에 너무 힘들게 쫒기기 때문에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거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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때때로 그를 방문하는 친구들은
시인이거나 여행자들이었다니 이모는 정말 부럽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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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날 들꿩이 새끼들을 데리고
수풀속에서 나와 울타리도 없는 집앞을 지나간다면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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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모습은 은정이도 아주 좋아하겠지?
그렇지 않니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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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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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98년 4월 21일 너의 작은 이모로 부터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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